블룸버그 이직 이야기 1편
2023년 11월 중순, 채용 담당자 한명에게서 링크드인 메시지를 받았고, 재밌어 보이는 JD를 읽게 되었다. 대략, AI 그룹에서 머신러닝과 관련된 라이브러리 개발을 하는 JD 였다.
첫 연락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엔 자세히 아는 회사는 아니었다. 블룸버그 터미널이 주력 상품인 정도만 알았는데 나중에 합격하고 나서 주변 사람에게 말해보니 다들 비슷했다. 그 당시에 나는 꽤 큰 회사에 금융 데이터를 대량으로 처리하는 곳 정도로 판단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떼놓을 수 없는 도메인 중 하나는 금융이라 생각해서 언젠가 금융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에 가보고 싶기도 했다. 또한 이 때 해외 오피스에서 근무해보고 싶은 생각도 컸던 시기이다.
1) 기술이나 상품도 재밌어 보이는 회사고 2) 살면서 주 언어로 써본적이 없는 영어로 면접을 본다고 생각하니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했다. 만약 합류하면 동료가 될 사람들의 GitHub 주소도 받아볼 수 있었는데, 재밌는 동료도 많아보였다. 이 때까지는 정말 별 생각없었다.
미팅 (흔히 말하는 커피챗 정도) 약속을 잡는 것도 나에게는 신기했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약속 잡는 플랫폼을 이용하되, 업무 형태(일주일에 3일 사무실 출근)나 사무실 위치, Relocation 지원 등에 대한 것들을 명시해두었다. 나는 그 사이트를 통해 링크드인, 소개 페이지 등을 전달했다. 30분 미팅이라고 하지만 한국의 리크루터분과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단순화된 면접과 더 비슷했다.
답장은 서로서로 빠르게 주고 받았지만, 미리 잡아놓은 이런저런 일정과 휴가가 겹쳐 실제로는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채용 담당자와 실제 이야기해볼 수 있었다. 이야기는 30분 정도 진행했고 실제 내용은 간단했는데, 어떤 역할인지와 어떤 것을 기대하는지, 내가 어느 부분에 관심이 있는지, 내가 어떤 이유로 현재 이직에 관심이 있는지 등에 대한 가벼운 미팅이었다. 개인적으로 기대한 부분과 구두로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일치해서 시도해봐도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때 당시 회사와 팀(당근 ML 인프라팀)에 꽤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지만 조금 더 큰 범위의 협업과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배우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더 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업무 면에서도 더 다양하고 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개인적인 커리어 면에서 잔류나 새로운 곳에 대한 이직이나 둘 다 좋은 선택지로 보였다. 그래도 이런 면접을 해보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도해봤다.
그리고 나는 이 당시에 학업 병행 중이었기 때문에 큰 생각없이 지원했다. 졸업학점 기준으로 13학점을 더 들어야 졸업할 수 있었는데 (한학기 정도) 아마도 나를 맘에 들어하고 나도 여기를 마음에 들어해야 실제로 성사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너무 깊은 생각은 포기한 상태였다.
면접 시작
아무튼 이야기가 잘 마무리 된 후 이력서를 전달하고 정규 면접 과정을 시작헀다. 이후 곧 바로 HR 관련된 분과 면접이 잡혔고 30분 정도 이야기를 한다고 했으나 채용 담당자와 미팅을 이미 한번 진행했기 때문에 면접 직전에 해당 라운드는 통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후 본격적인 면접이 시작되었고 아래처럼 진행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곧 바로 Technical Round 1이 잡혔고 이 때가 1월 초였다.
- Technical Round 1 - Coding
- Technical Round 2 - Coding
- Final round
- Coding round
- System design round
- Manager round
- HR round
다만 나는 오픈소스와 관련된 역할이기 때문에 파이널 라운드가 약간 변경되었고 그를 위해서 Final round 이전 리크루터와 한번 더 이야기를 하면서 정리해준다고 했다.
Technical Round 1
Technical Round 1은 40-60분 진행이 되고, 미리 공유해준 시간 중에 내가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진행하는 것이었다. 다른 시간대에 있는 만큼 내가 편한 시간은 어렵긴 했지만, 영국 기준 오전 - 한국 기준 오후로 보면 딱 퇴근 후 가볍게 전화하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이 때 나는 오후 8시에 봤으니 영국 기준으로 오전 11시였다.
해커랭크를 통해 진행했고, 알고리즘 테스트보다는 라이브러리 설계와 구성에 가까운 느낌의 문제가 나왔다. 이런 요구사항이 있는 경우에 어떻게 설계해볼 것 같은지, 실제로 사용자들이 이런 요구가 들어온다면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 등등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진행자가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서 그런지 솔직하게 많이 답변했다. 나라면 이렇게 아마 그 요구는 수행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이게 비즈니스에 치명적이라면 이런 방식으로 해볼 것 같긴 하다. 등등..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고 궁금했던 부분을 많이 물어보았다. 실제로 외국에서 이렇게 지원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이로운지, 개인에게는 얼마나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는지 (그 분도 영국인은 아니었다) 등등 재밌는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조심스레 혹시 면접관도 이사를 와서 사는 사람인지, 그 곳에 사는 것은 어떠한지 등등 대해서도 어려운 점이 없는지 등등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Technical Round 2
다행히 첫 과정은 통과했고, 그 다음날 바로 결과가 나왔다. 면접 과정은 재미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스트레스기 때문에 빨리 끝내고 싶어서 최대한 빠르게 잡았고 비슷한 느낌의 면접이 진행되었다. 대신 사람이 더 많이 들어와서 면접을 보았고, 크게 부담감은 없는 면접이었다.
Final Round
역시나 다음날 바로 결과를 받을 수 있었고, 다행히 통과였다. 이제 마지막 면접만이 남아있었는데, 이번에는 4시간 정도의 시간을 비워야 하는 것이라고 안내받았다. 4개의 면접과 중간중간 쉬는 시간을 포함하면 꽤 잘 끊어서 진행하나보다 생각했다.
채용 담당자에게 고마웠던 것 중 하나는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면서, Final Round 이전에도 Prep call 시간도 잡고 어떤 점에 대해 자신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누가 들어오는지 등을 알려주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많이 되었고 이 회사는 지원자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무튼 나는 아래처럼 진행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 Python development round
- System design round
- Manager round
- HR round
뭐 암튼, Coding round가 Python development round로 바뀌었고, 충분히 이해가 되는 변경사항이었다.
이건 하나하나 적긴 좀 많아서.. 진행 과정을 대충 적어보면, 1, 2라운드에서 개발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도 꽤 많이 하고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도 있었는데, 나는 기술에 대해 주장이 강한 편이라, “코딩 테스트인 것을 뗴고, 나라면 이거 이렇게 할거다”라고도 중간에 몇번 이야기했었다. 뭐 암튼 짧은 영어로 주절주절 설명하면서 잘 진행했고, 시간도 좀 오버했었다. 그래도 다행히 Manager Round까지 넘어갔다.
Manager Round에서는 오히려 조금 더 심플하게 내려놓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현재 회사에서 겪었던 힘든 일과 해결에 대한 과정 등등을 물어보았고, 꽤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HR Round를 진행을 이제 해야하는데, 이건 담당자 분이 없어서 몇일 뒤로 미루고 진행했다. 한국에서 진행하는 컬쳐핏 면접과 비슷한 느낌이어서 역시 마음 편했다.
어쩌다보니 끝까지 진행했고, 팀 리더가 티타임을 한번 가지고 싶다고 해서 한번 더 연락을 했다. 오픈소스를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면접이 아니라고 부담을 안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합격
몇일 뒤에 합격 메일을 받아볼 수 있었고, 나는 만족할 만한 결과 및 제안을 받았다. 사실 이 시점부터 제일 생각이 많았고 고민이 많았다. 합류 시점을 7월로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는 편이 내 미래 커리어에 좋을지 등등 많이 고민했다.
나머지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서 적어보겠다.